보통 자녀에게 ‘증여’를 했다고 하면 큰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를 많이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현금성 자산이 오가는 경우, 간단하게는 계좌이체로 용돈을 주는 경우도 증여로 판단되기 때문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어? 그럼 여태 아이에게 용돈을 줬던 것도 다 세금 신고를 해야 하나요?’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일상 속 놓치기 쉬운 부분들과 궁금증에 대한 답까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디까지가 증여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금은 부모 계좌에서 아이 계좌로 이동하게 되면 그 금액이 얼마든지 전부 다 부모가 아이에게 증여한 것으로 판단하여 과세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또 미리 겁먹으실 게 없는 게 상증세법 제46조에 따르면,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등은 증여세를 비과세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즉, 아이를 기르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생활비, 교육비, 치료비, 학원비, 적당한 용돈, 축하금, 부의금, 혼수용품 등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보통 학원비나 병원비는 부모님 통장에서 바로 나갈 테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부모님이 아이의 통장으로 넘겨주시는 용돈 금액일 텐데요. 위에서는 ‘적당한 용돈’은 비과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적당한 걸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기준이 없습니다. 하지만 생활비는 정말 ‘생활’을 위한 비용인 만큼 금방 소진하게 되죠. 이처럼 받은 금액으로 즉각적인 자산 형성이 불가능하고 생활을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는 금액이라면 생활비라고 판단합니다.
만약 한 2억씩 넘겨주고 부동산을 구매하게 한 다음 생활을 위한 금액이라고 말한다면 곤란하겠죠. 이는 금액의 이동으로 자산을 형성한 것이기 때문에 명백하게 증여라고 판단됩니다.
주의해야 할 현금의 특이성
또 자녀 계좌로 금액을 이동시킬 때 유의해야 할 점은 현금의 특이성입니다. 아이가 사회 초년생으로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한 경우, 부모님께 월급을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요.
월급을 부모님 계좌로 넘겨 드렸다가 다시 본인 계좌로 받는다 하더라도 증여로 볼 수 있습니다. 같은 금액이더라도 말이죠! 이는 현금이라는 자산이 특수성을 가지기 때문인데요.
다른 자산 부동산, 차량 같은 경우에는 재산을 주고받을 때 어떤 재산이 왔다 갔다 했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A 자동차를 주었다가 A 자동차를 받으면 같은 자산을 줬다 받았다고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아파트의 경우도 B 아파트를 주었다가 돌려받았다면 같은 자산이 이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하지만 현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금액이 이동했다 하더라도 이미 계좌에 있던 기존의 자산들과 한번 섞였다가 나눠진 것이기 때문에 같은 돈이라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다소 황당해 보이지만 이렇게 엄격하게 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현금에 붙는 이자 때문입니다. 같은 금액을 왔다 갔다 하더라도 이자를 통해 이득을 볼 수 있으니 이를 막기 위해 아예 현금 자산은 무조건 증여로 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녀의 월급을 관리할 경우, 부모님 계좌로 돈을 받지 마시고, 자녀 이름으로 된 또 다른 계좌를 개설하셔서 그쪽에 보관했다가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를 활용한 작은 팁도 있는데요. 아이가 어릴 때 국가에서 주는 육아수당 있잖아요. 이 육아수당을 바로 아이 계좌로 받으면 증여 없이 아이의 자산을 쌓아주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육아 수당이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미리 아이 계좌를 만들어 차곡차곡 쌓아두시는 것도 아이의 자산을 미리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부부 사이의 계좌이체는?
여태까지 부모가 아이에게 계좌이체를 하는 이야기만 했는데요. 이보다 더 돈이 자주 오가는 관계가 있죠? 바로 부부입니다. 증여세 항목에 부부간의 증여공제 부분도 있던 것 같은데 부부간의 계좌이체도 조심해야 할까요?
답은 ‘아닙니다’ 배우자는 경제공동체로 여겨지기 때문에 계좌이체 내역만을 가지고 과세를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배우자가 벌어온 소득만으로 자신의 부동산 등을 취득한 경우, 이건 증여로 여겨질 수 있어 주의하셔야 합니다. 사실상 부동산을 넘겨준 것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계좌이체 금액이 재산을 넘겨주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평소 쉽게 주던 용돈이 증여일 수도 있다니 놀랍죠? 통상적으로 공제 금액(자녀에게 주는 경우 10년에 5,000만 원)까지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를 대비하고 싶다면, 돈을 송금하실 때 메모에 송금 이유를 적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세무조사를 받는 경우, 국세청이 4년 동안의 계좌이체거래내역을 살펴보기 때문입니다. 미리 메모를 해둔다면 생활비 증빙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